차가운 금속 냄새와 먼지,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담배 연기가 뒤섞인 21세기 서울의 밤거리는, 2157년의 청결하고 질서정연한 도시에 익숙한 이안의 후각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그는 시간 이동 장치의 마지막 떨림이 멈추자마자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눈앞에 펼쳐진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응시했다. 밤의 장막 아래, 화려한 네온사인이 마치 피 흘리는 상처처럼 도시의 어둠을 갈랐고, 그 불빛 아래를 오가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은 각자의 고뇌와 환희를 짊어진 채,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안은 그들 모두가 알지 못하는, 끔찍한 미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이 순간에 도착한 자신만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의 임무는 단순하면서도, 인류의 존재론적 의미를 뒤흔드는 것이었다. 미래는, 모든 통계적 예측과 슈퍼컴퓨터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불과 한 세기 전, 이 평범한 21세기 밤에 일어난 하찮아 보이는 사건에서부터 모든 파멸이 시작되었음을 증명했다. 40대 전과자의 야간 편의점 난동, 그리고 그로 인해 극심한 충격을 받고 각성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한 개인의 사소한 상처가 어떻게 인류 전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비극적 도미노의 첫 번째 조각이 될 수 있었는지, 이안은 수천 번의 보고서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식은 결코 그 책임의 무게를 덜어주지 못했다. 이안은 그의 망토 안쪽에 숨겨진 소형 정보 단말기를 통해 목표 편의점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새벽상회'. 간판의 빛바랜 글자들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서 벌어질 일은, 2157년의 인류를 절멸 직전까지 몰아넣은 '파멸의 씨앗'이 심어지는 순간이었다. 만약 그 알바생이 그날 밤, 그 전과자로부터 물리적,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미래의 역사는 완전히 다른 궤적을 그렸을 것이다. 상대의 생각을 읽는 능력, 즉 텔레파시 능력의 각성. 그것은 처음엔 미약했으나, 점차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인류의 모든 중요한 결정과 갈등에 개입하여 결국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시대를 초래했다. 이안의 심장은 고대 기계처럼 불안하게 고동쳤다. 과연 그가 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자격이 있는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거대한 태풍을 일으키듯, 그의 단 한 번의 개입이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을 낳아 더 끔찍한 미래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지금 그가 보고 있는 이 모든 비극은, 이미 정해진 필연이었고, 그의 존재 자체가 이미 거대한 운명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의심이 그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그러나 미래에서 그에게 부여된 임무는 명확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편의점 알바생의 '각성'을 막아야만 했다. 그의 손에, 수십억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었다. 골목 저편에서,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가 비틀거리며 편의점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눈은 알코올과 분노로 흐려져 있었고, 손에는 이미 빈 소주병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편의점 안, 계산대 너머에서 젊은 알바생이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심하게 앉아 있었다. 마치 시간의 여신이 장난스럽게 조작한 듯, 두 개의 운명이 서로를 향해 거스를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안은 숨을 죽였다. 이제, 그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할 시간이었다.

이안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2157년의 잿빛 하늘 아래, 그는 억겁의 시간을 거슬러 마침내 이 순간에 도달했다. 그의 눈앞, 마치 낡은 그림 속 한 장면처럼, 운명의 수레바퀴가 천천히, 그러나 멈출 수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40대 전과자는 술에 취해 비틀거렸고, 젊은 알바생은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다가올 비극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이안은 망설였다. 그의 개입은, 마치 폭풍우 속에서 한 마리 갈매기의 날갯짓과 같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알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마치 춤을 추듯, 전과자에게 다가갔다.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이안은 전과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굳은살 박인 손을,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듯 바라보았다. 그는 그에게서, 훗날 인류를 파멸로 이끌 '능력'을 갖게 될 한낱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에게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친구. 그럴 필요 없네. 자네의 마음, 내가 이해하네.” 전과자는 이안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잠시 멈칫하며, 그의 눈을 의심스러운 듯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술기운과 함께, 억눌린 분노와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이안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을,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그에게서, 삶의 고통과 억압,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보았다. 이안은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으며, 진심으로 충고했다. “자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이 방법은 해결책이 아니네. 이보게, 자네는 아직 젊고, 앞으로 많은 날들이 남아 있네.” 이안의 부드러운 말과 진심 어린 태도에, 전과자의 굳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그는 잠시 멍하니 이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어깨가 흔들리고,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그 순간, 이안은 그의 개입이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그는 이 끔찍한 비극의 씨앗을, 그의 손으로 꺾어버린 것이다. 그는 전과자를 일으켜 세우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걸세.” 이안은 그에게서 등을 돌려 편의점을 바라보았다. 알바생은 여전히 휴대폰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에게 다가올 운명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안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안도감과 동시에,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과연, 그의 개입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그가 바꾼 역사가, 과연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까? 그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눈앞에 펼쳐질 역사의 새로운 장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