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바다는 속삭였다. 파도는 부서지며, 모래는 묵묵히 그 소리를 삼켰다. 찰스는 낡은 배를 응시했다. 녹슨 쇠붙이, 썩어가는 나무, 그리고 침묵. 그 침묵 속에 50년 전의 이야기가 잠들어 있었다. 일기는 발견되었다. 누군가 적어 내려간 글자들은 바랜 잉크 속에 갇혀, 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다. 찰스는 일기를 펼쳤다. 거친 필체, 짧은 문장들, 그리고 알 수 없는 공포. 그 공포의 근원은 '고요한 바다의 속삭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술집에서 모였다. 찰스는 그들의 눈빛을 읽었다. 두려움, 호기심, 그리고 오래된 기억. 50년 전, 그들의 가족 중 몇몇은 바다로 나갔고, 돌아오지 못했다. 그들의 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찰스는 방을 얻었다. 낡은 침대,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 밤이 되면, 파도는 더 거세게 몰아쳤다. 속삭임은 더 또렷해졌다. 그는 일기를 다시 읽었다. 바다 속,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다. 다음 날, 찰스는 바닷가를 걸었다. 배에서 발견된 물건들을 조사했다. 녹슨 나침반, 부러진 망원경, 그리고 알 수 없는 기호가 새겨진 나무 조각.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을 발견했을까? 바다는 찰스를 불렀다. 그는 답을 찾아야 했다. 그곳에서, 그의 연구는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잃을지도 모른다.

찰스는 묵묵히 기호를 쳐다봤다. 단순한 그림 같기도 했지만, 어딘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깊은 바다 밑, 아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온 메시지 같았다. 그는 낡은 일기장을 덮고, 곧장 전화를 걸었다. "헬로, 잭? 찰스야. 혹시 시간 좀 있나?" 잭은 찰스의 대학 시절 친구이자, 고고학계의 떠오르는 별이었다. 찰스는 짧게 상황을 설명했다. 50년 전 실종된 배, 그리고 일기에 적힌 기호. 잭은 잠시 숨을 골랐다. "흥미로운데. 사진을 보내봐. 바로 분석해 보지." 몇 시간 후, 잭에게서 전화가 왔다. 찰스는 테이블에 앉아, 담배 연기를 뿜으며 잭의 말을 경청했다. "이건..." 잭은 망설이는 듯했다. "언어는 아닌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언어의 기원일지도. 기하학적인 패턴과 상징의 조합인데..." 잭은 말을 이었다. "어떤 종교적 의식과 관련된 것 같기도 하고, 천문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해." 찰스는 잭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 해석이 가능한 건가?" 잭은 잠시 침묵했다. "아직은 아니야. 하지만..." 잭은 말을 이었다. "이 기호가 바다와 관련 있다는 것은 확실해.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된 존재들의 흔적일 수도 있지." 찰스는 담배를 비벼 껐다. 바다의 속삭임은 더 가까이 들려오는 듯했다.

찰스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먼지가 내려앉은 책들, 퀴퀴한 냄새. 빛바랜 표지들. 그는 책장 사이를 걸었다. 기호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냈다. 두꺼운 표지. 제목은 '심해의 언어'. 페이지를 넘겼다. 그림, 도표, 알 수 없는 단어들. 찰스는 자리에 앉아 담배를 꺼냈다. 불을 붙였다. 연기를 들이쉬었다. 뱉었다. 기호는 책 속에서 반복해서 나타났다. 비슷한 모양. 다른 의미. 그는 몇 시간을 보냈다. 단어들을 찾았다. 그림을 보았다. 의미를 추측했다. 잭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된 존재들의 흔적.' 찰스는 등받이에 기대 앉았다. 담배를 껐다. 그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될까? 그는 다시 책을 펼쳤다. 바다의 속삭임은 멈추지 않았다. 도서관 사서가 말을 걸었다. "찾으시는 게 있으세요?" 찰스는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그냥..." 그는 말을 흐렸다. "오래된 것들을 보고 있습니다." 사서는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많죠." 그녀는 찰스를 보았다. "바다에 관한 이야기도요." 찰스는 그녀를 쳐다봤다. "무슨 이야기요?" 사서는 대답했다.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요. 바다 속에서 오는 소리에 대한…"